연구일지

담보예금을 은행에 빼앗겼을 뿐인데, 왜 증여인가. 부자는 담보를 잃은 것으로 책임도 끝났다고 여겼다. 검토는 그 확신 뒤에 남은 법인의 채무에서 시작됐다.

아들이 주주인 A법인은 아버지의 예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은행은 담보예금을 상환에 충당했다. 부자는 아버지가 자발적으로 돈을 건네거나 대신 갚아준 것이 아니라, 은행이 담보예금을 가져간 것뿐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것이 증여가 될 수 없다는 확신이 강했다. 담보를 포기한 것으로 의무와 책임도 모두 종결되고, 증여 문제도 남지 않는다고 여겼다.

내가 먼저 짚은 것은 바로 그 뒤에 남은 채무였다. 은행 빚은 사라졌지만, 법인 장부에는 아버지에게 갚을 고액의 가수금이 남아 있었다. 회사는 운영 여력을 잃고 폐업 직전에 이르러 자력으로 갚을 능력도 상실했다. 은행에 대한 상환이 끝났다는 사실과, 아버지에게 갚을 의무가 남는지 또는 그 의무를 없애 준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담보를 잃었다는 설명만으로 증여 검토까지 끝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인들에게서 이런 경우에는 과세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있었다. 남은 가수금을 회수하려는 노력도, 실제로 돌려받을 의사도 없었다. 이자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사실상 아들 회사의 빚을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장부에는 갚아야 할 돈으로 남아 있지만,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본 과세위험은 바로 이 간격에 있었다.

아들이 현금을 직접 받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할까. 특정법인 증여의제는 법인이 얻은 이익을 지배주주 등의 증여이익으로 계산하는 규정이고, 시행령은 법인 채무의 면제·인수·변제도 대상으로 정한다. 그래서 통장의 입금 여부보다 법인의 어떤 채무가 누구의 재산으로 정리됐는지를 먼저 보았다. 과세 여부와 금액은 거래 당시의 지분·특수관계, 법인이 얻은 이익과 법정 계산에 따라 판단할 문제였다. (상증법 제45조의5 제1항·제4호; 시행령 제34조의5 제4항·제5항·제6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5

그 특정법인의 이익에 특정법인의 지배주주등의 주식보유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그 특정법인의 지배주주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제45조의5 제1항 본문 중 발췌 · 원문 보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의5

법 제45조의5제1항제4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란 특정법인의 채무를 면제ㆍ인수 또는 변제하는 것을 말한다.

제34조의5 제6항 본문 · 원문 보기

다만 담보예금이 쓰였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대구고법은 물상보증인의 채무 인수·변제 사실만으로 증여를 단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읽은 실마리는 담보책임과 구상권이었다. 아버지에게 돌려받을 권리가 남았는지, 그 권리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야 했다. 구법상 상속세 판결이므로 현행 특정법인 규정의 일반 비과세 근거로 확대하지는 않았다. (대구고법 2011. 7. 22. 선고 2011누502, 구 상증법 제13조·제36조 관련)

대구고법 2011. 7. 22. 선고 2011누502

상속세부과처분취소 · 구법상 상속세 사건 · 확정

단지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 혹은 변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인수 혹은 변제금액 상당을 채무자에게 증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판결문 이유 2. 라. (3) (가) 1) 원문 · 원문 보기

갚을 능력이 없는 것과 갚을 의무를 없애 주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이 사안에는 아버지의 회수 의사 부재까지 더해져 있었다. 포기한다는 문서가 없다고 검토를 멈출 수는 없었다. 대법원이 요구하는 엄격한 해석에 따라 아버지의 의사가 실제 행동과 약정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 살펴야 했다. 미회수나 내심의 의사만으로 채무면제를 단정하지 않으면서, 형식상 남은 가수금과 실제 관계를 대조했다.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94509, 채권 포기·채무면제의 판단)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94509

채권양도통지 · 민사 판결

채권의 포기 또는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판결문 이유 제2항 원문 · […]는 중간 생략 · 원문 보기

그 의사와 객관적 거래 경위가 채무면제나 무상 지원으로 확인되고 특정법인 과세 요건을 충족한다면, 장부에 가수금으로 남겨 두었다는 이유로 주주의 증여세를 막을 수는 없다. 서울고법은 실제 채무면제가 있었던 사건에서, 특정법인에 이익이 발생하면 주주가 별도로 구체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들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설명으로는 이 위험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의 반환채무가 언제, 어떤 경위로 존속하거나 소멸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검토를 집중했다. (시행령 제34조의5 제6항; 서울고법 2026. 4. 10. 선고 2025누8425, 국세청 공개 판결내용·진행 중 표시)

서울고법 2026. 4. 10. 선고 2025누8425

특정법인 채무면제 사건 · 2017년 귀속 · 국세청 공개 판결문 · 진행 중 표시

채무면제와 같은 일정한 거래가 있어 특정법인의 이익이 발생하면 족한 것이지, 그로 인해 특정법인의 주주인 원고가 구체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판결문 이유 1. · 제1심판결 제6면 제2행·제3행 사이에 추가한 판단 원문 · 원문 보기

그 판단을 확인하려면 장부 밖의 자료가 필요했다. 대출·담보 약정과 예금 충당 내역을 살피고, 계좌별 이체내역을 가수금 원장·반환 약정과 대조했다. 지급일, 금액, 수취인과 사용처를 따라가자 같은 계정에 묶여 있던 돈이 세 갈래로 나뉘었다. 아버지에게 정상 반환된 돈, 법인에 남은 미반환 잔액, 우회 경로를 거쳐 아들이 사용한 돈이었다.

정상 반환분은 증빙을 맞춰 아들에게 귀속된 돈과 구분했다. 이자를 받지 않은 기간의 사용이익은 원금의 채무면제 문제와 별도로 검토했다. 장부나 차용증만이 아니라, 반환 약정과 실제 이체내역이 맞아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행령 제34조의5 제7항)

법인 잔액은 아들에게 직접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할 수 없었다. 법인의 이익과 반환채무를 함께 따져야 할 부분이었다. 반면 아들이 우회해 사용한 돈은 실제 귀속을 기준으로 별도로 살폈다. 행선지가 다른 돈을 같은 해법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 구분을 통해 증빙으로 설명할 부분과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 선명해졌다. (상증법 제45조의5 제1항; 시행령 제34조의5 제4항·제6항)

지인들이 알고 있던 설명이 어느 시기의 법령에 관한 것인지도 중요했다. 특정법인을 통한 이익 이전에 대한 과세는 1997년 시행된 구 제41조에서 이어져 왔다. 2016년 제45조의5가 시행된 뒤에도 개정이 계속됐고, 2025년에도 적용 범위가 손질됐다. 오래된 비과세 사례를 그대로 가져올 것이 아니라, 이 사안의 각 거래 시점에 맞는 법령으로 판단해야 했다. (상증법 제정·개정문 및 부칙: 법률 제5193호·제13557호·제20777호·제21219호)

해법은 A법인만 들여다볼 때는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까지 자산·부채와 권리관계를 함께 놓자, 따로 보이던 쟁점들을 하나의 설계로 풀 수 있는 길이 드러났다. 자금의 귀속과 유형별 과세관계는 구분하되, 대응은 전체 구조 안에서 연결했다. 개별 거래마다 해명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증여의제 위험이 생기는 전제 자체를 해소하는 방향이었다. 요건·증빙·실행 순서와 사후 영향을 검토해, 20억 원 이상의 예상 과세위험을 차단할 실행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설계는 공개하지 않는다.

RESEARCH JOURNAL · 공개 범위

검토 과정과 판단 기준을 기록합니다.

인물·명칭·대화는 익명 재구성이며, 고객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와 구체적 실행 구조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기록 시점의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연구일지는 일반에 공유할 수 있는 검토 기록입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공식 의견이나 세무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